쌍용 전성기 이끈 '코란도의 아버지'…평창 동계올림픽 토대 닦아

입력 2023-08-27 18:07   수정 2023-08-28 00:58


쌍용그룹을 한때 재계 6위까지 키웠던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이 지난 26일 별세했다. 향년 78세다.

김 전 회장은 30세에 그룹 회장에 취임해 1980년대 쌍용그룹의 전성기를 이끌었지만 1990년대 후반 쌍용자동차의 부진과 외환위기 사태로 그룹이 해체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그는 스포츠, 스카우트 운동, 교육, 장애인 복지, 문화 사업 등에서도 여러 업적을 남겼다. 재계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은 국가 경제를 위해 고생을 많이 했다”며 “기업가로서 잘 알려졌지만 미래 세대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다양한 분야에 큰 관심을 쏟았다”고 말했다.
재계 6위까지 사세 확장

김 전 회장은 1945년 대구 출생으로 서울고 졸업 후 미국 브랜다이스대 경제학과를 다니다가 1970년 귀국해 해병대에 자원입대했다. 1975년 부친인 성곡(省谷) 김성곤 쌍용그룹 창업주가 별세하며 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30세의 나이에 회사를 이끌게 된 김 전 회장은 공격적으로 사세를 키웠다. 소규모 비누공장인 삼공유지합자회사를 모체로 해 방직업과 시멘트업을 하던 쌍용그룹은 김 전 회장의 지휘 아래 중공업, 정유, 건설, 증권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유학 시절 드라이빙스쿨을 수료했을 만큼 ‘자동차 애호가’인 김 전 회장은 1986년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던 동아자동차까지 인수했다. 그 결과 쌍용그룹은 한때 국내 재계 순위 6위에 이름을 올렸다. 1995년 쌍용그룹 총자산은 10조9540억원에 달했다. 김 전 회장은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등을 지내며 재계를 주도했다.
쌍용차 부실·외환위기로 그룹 해체
동아차가 1988년 사명을 바꿔 탄생한 기업이 쌍용차다. 쌍용차는 출범 첫해 국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대중화를 이끈 코란도를 출시하며 ‘지프형 자동차’ 시장에서 독보적 입지를 다졌다. 김 전 회장은 재임 시절 세단이 아니라 코란도를 탔을 만큼 애정을 쏟았다.

SUV 시장에서 경쟁이 격화하면서 쌍용차의 위상은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김 전 회장은 1996년 정계에 진출했다. 제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신한국당 소속으로 대구 달성군에 출마해 금배지를 달았다. 제6∼8대 국회의원(민주공화당)을 지낸 부친의 영향이 컸다는 평가다.

그사이 경영 상황이 더 악화한 쌍용차는 1997년 12월 외환위기가 발생한 지 1주일 만에 대우그룹에 매각되는 것으로 결정 났으며 쌍용그룹도 급격한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김 전 회장은 그룹이 위기에 빠지자 1998년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쌍용양회 회장으로 복귀했으나 결국 그룹의 해체 수순을 지켜봐야 했다.
스카우트 운동 발전에 기여
김 전 회장은 한국 스포츠와 스카우트 운동 발전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75년 강원 용평스키장을 지어 ‘스키 불모지’이던 국내에 동계스포츠와 레저산업 발전의 초석을 마련했다. 이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의 토대가 됐다는 평가다.

김 전 회장은 1982년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에 선출된 후 마지막까지 스카우트 운동에 헌신했다. 1991년 강원 고성에서 열린 제17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도 했다.

1989년 한국장애인복지체육회(현 한국장애인개발원) 초대 회장을 맡아 1991년 곰두리문학상(1998년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으로 개칭)을 제정했다. 부친이 세운 성곡언론문화재단과 국민대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국민재단에 지원도 계속했다.
"책상보다 현장 좋아한 경영자"…장애인 복지에도 힘써
이재용·정의선·신동빈 등 애도…정계·체육계 인사 조문 이어져
27일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 빈소가 마련된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는 재계, 정계, 체육계, 교육계 등 각계 인사의 조문이 이어졌다. 유족 뜻에 따라 부의금과 근조 화환을 사양한다고 안내했지만 김 전 회장의 마지막을 추모하기 위해 각계에서 보낸 근조 화환과 근조기가 빈소 앞을 가득 메웠다.

재계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 허세홍 GS칼텍스 대표, 류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등이 직접 조문하거나 조화를 보냈다.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과 김재열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 부부는 전날 빈소를 찾았다.

쌍용C&E(옛 쌍용양회), 쌍용건설, 용평리조트, STX(옛 쌍용중공업) 등 쌍용그룹의 영광을 함께한 그룹 원로들도 조문해 고인을 기렸다. 쌍용그룹 출신인 한 측근은 “추진력과 리더십을 갖춘 김 전 회장은 책상보다 현장을 좋아한 경영자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문객은 “아랫사람을 존중할 줄 알았기에 그를 인간적으로 따르는 직원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정계에선 쌍용그룹에서 상무를 지낸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조화를 보냈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 김동연 경기지사, 최재훈 대구 달성군수 등은 근조기를 보냈다. 김 전 회장은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신한국당 소속으로 나와 달성군에서 당선돼 정계와도 인연이 깊다.

김 전 회장이 애정을 쏟은 스카우트와 체육계, 교육계에서도 추모가 이어졌다. 세계스카우트의원연맹 총재인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국스카우트연맹 등이 조화로 추모의 마음을 전했다. 김 전 회장의 장남인 지용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학교법인 국민학원 관계자들도 빈소를 찾았다.

발인은 29일 오전 7시20분이다. 발인 후에는 김 전 회장이 거주했던 서울 신문로 사저와 인근 성곡미술문화재단, 성곡미술관 야외 조각공원 등을 돌아본 뒤 강원 평창군 용평면의 선산에 안장할 예정이다.

김일규/강경주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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